본문 바로가기
Articles

일상의 파괴에 저항하는 헌정구성적 정치: 내란반대집회가 여는 민주주의의 성찰과 희망

by 사회학도

일상의 파괴에 저항하는 헌정구성적 정치

: 내란반대집회가 여는 민주주의의 성찰과 희망

 김현준

* 이 글은 <광장의 문화정치>(문화연대/문화사회연구소/문화과학 공동기획, 동연)에 실린 글의 초고로서 2025 문화연구학회 정기학술대회 대주제 세션에서 발표되었으며, 이 발표문의 내용 및 시각화 그래프(정보)는 저서의 최종 판본과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2024.12.3계엄 사태 1주년을 맞이해 공유합니다.  

1. 들어가며

내란반대(탄핵찬성) 집회 참여자들은 우리 사회에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까? 그들이 느낀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분노였을까? 아니면 불안과 공포, 좌절이었을까?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 속에 어떤 바람이나 소망을 담고자 했을까?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내란은 무엇이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떤 것일까? 

  우선은 당연히 계엄 및 내란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이것의 원인 제공자인 윤석열 대통령 및 정부,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 주요한 축을 형성한다. 그리고/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이 역시도 논리적으로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주제인) 민주주의 수호와 시민들의 권리 옹호, 사회적 부조리의 증언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기할만한 점은 또 있다. 소수자와 연대에 관한 발화도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물론 이 모든 주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연구팀)는 12.3 계엄으로 발생한 광장 집회의 현상과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드러내고 해석하기 위해 공개된 내란반대(탄핵찬성) 집회의 유튜브 영상을 수집하고 자유발언들(345명)을 전사했다.[1] 나는 여기에 개방코딩 및 축코딩, 주제별 빈도와 비중, 담론/서사분석, 의미연결망 분석 등을 시행하고 시각화했다.[2]

(중략)
 

일상의 파괴에 저항하는 헌정구성적 정치_김현준_2025.pdf
1.35MB

6. 분석 결과 종합

위의 분석 결과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서사들이 자유발언의 핵심적 주제임을 알 수 있다.

1) 일상과 연동된 민주주의의 위기: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 시도이자 명백한 내란 행위로 규정되며, 이는 국민의 다양한 삶과 일상, 그리고 주권을 빼앗는 행위로서 이야기된다.

2)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시민의 저항과 연대: 계엄 사태에 맞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국회와 광장으로 모여 저항했으며,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연대와 희생, 돌봄를 통해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사회를 갱신하려는 의지와 방법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3) 민주주의의 확장, 소수자 목소리와 정체성의 확장: 그동안 억압받았던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노동자, 농민 등 다양한 주체들이 자신의 경험을 증언하며, 연대를 통해 더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희망적 감정과 서사가 나타난다.

4) 민주주의와 국가에 대한 성찰: 과거의 폭력과 민주주의 기억을 현재의 사태와 연결하며, 개인적 폭력 경험을 구조적 국가 폭력과 연결한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 과거 민주화 운동 등 역사적 사건을 환기하면서 사회적 부조리와 차별, 국가의 책임 부재가 반복되고 있음을 증언하며 현재 투쟁의 정당성과 시급성,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는 서사가 반복된다.

5) 내란 진압과 민주주의 회복: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등 내란 관련자들에 대한 탄핵, 파면, 체포, 구속 등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고 정의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가 제시된다.

  집회 참여자들은 탄핵 파면이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사회의 실질적 변화의 출발점으로 인식하며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집회에서 드러난 '민주주의의 위기와 회복을 위한 시민적 저항'이라는 중심 주제는 단순한 정치적 투쟁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경제적 불평등 해소, 다양한 정체성의 인정과 존중, 그리고 새로운 공동체성 구축이라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문제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참여자들의 발언은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이고 포용적인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실천을 보여주며,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1] "우리는 우리의 여력과 여러 조건을 고려하여 시민 발언의 수집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정했다. 먼저, 시간적 범위는 첫 대규모 주말 탄핵 집회가 열렸던 2024 12 7일에서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갈등이 정점에 달했던 2025 1 11일 주말 집회까지다. 공간적 범위는 서울(여의도경복궁)과 지역(부산대구광주)의 주말 집회, 그리고 남태령 대첩, 한강진 대첩으로 한정했다. 자료의 출처는 유튜브(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오마이TV, 전농TV, 부산MBC, 대구MBC, 광주MBC), 공개된 29개의 동영상에서 345건의 시민 발언을 수집녹취분석했다."(정원옥, <광장의 문화정치> 발간사 중에서)


이 글은 크게 이론적 재개념화방법론적 실험, 그리고 현장성에 기반한 실증적 분석의 세 가지 차원에서 연구되었다.

1. 이론적 기여: '정체성들의 헌정구성적 정치'로의 재개념화

이 논문의 가장 독창적인 이론적 기여는 광장의 정치를 기존의 배타적인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가 아닌 '정체성들의 헌정구성적 정치(constitutional politics of identities)'로 격상시켜 개념화.

  • 기존 논의의 확장: 아이리스 영과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을 경유하여, 집회 참여자들이 각자의 정체성(여성, 장애인, 노동자 등)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그 구체적인 삶의 자리를 기반으로 보편적인 민주적 가치와 헌정질서를 새롭게 구성하고 있음을 포착.
  • 새로운 해석: 참여자들의 다양한 정체성 표출이 단순한 '다양성 확인'을 넘어, 서로 다른 집단 간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고 새로운 공동체적 질서를 구축하는 '수행적 조건'이 됨을 논증.

2. 방법론적 기여: 생성형 AI와 전통적 질적 연구의 융합

연구 방법론 측면에서 이 논문은 전통적인 사회과학 방법론과 최신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법론을 시도

  • AI 활용 분석: 345건의 시민 자유발언 전사 자료를 분석하는 데 있어 개방코딩, 축코딩, 담론 분석 등 전통적 방식뿐만 아니라 ChatGPT, Gemini, Claude 등 다양한 생성형 AI 모델을 교차 활용하여 분석의 신뢰도와 다각화.
  • 시각화 및 구조화: Voyant와 Gephi 등의 텍스트 마이닝 도구와 AI를 결합하여 의미연결망 분석 및 서사의 시간축 변화를 시각적으로 구현함으로써,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효과적으로 추출.

3. 실증적·분석적 기여: '일상의 파괴'와 '민주주의 위기'의 연결

이 글은 추상적인 정치적 사건(내란/계엄)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구체적인 '일상의 감각'으로 번역되어 수용되었는지를 규명.

  • 일상성(Everydayness)의 발견: 시민들이 계엄을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닌 '일상의 파괴'이자 '불안'으로 인식했음을 밝혀냈습니다6. 즉, 민주주의의 위기가 거창한 담론이 아닌 평범한 삶의 붕괴와 직결되어 있음을 드러냄.
  • 감정과 서사의 동태적 분석: 집회 초기(충격/공포)에서 중기(연대), 후기(승리 확신/사회 개혁)로 나아가는 감정과 서사의 변화 과정을 추적했습니다8888이를 통해 부정적 감정이 어떻게 연대와 희망이라는 긍정적 정치 에너지로 승화되는지를 보여줌.
  • 기억의 공시적 통합: 과거의 국가폭력(광주, 군사독재)과 사회적 참사(세월호, 이태원)에 대한 기억이 현재의 계엄 사태와 만나 어떻게 세대를 초월한 '동시대적 민주주의 감각'으로 통합되는지를 분석

이 연구는 긴박한 시국 속에서 생산된 '현장 연구'로서, 광장의 시민 발언을 통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절차적 회복을 넘어 삶의 문제를 포괄하는 '실질적이고 포용적인 민주주의(일상생활 민주주의)'로 진화하고 있음을 학술적으로 규명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댓글